| [디지털포럼] 여성과기인에 `멍석` 깔아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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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1.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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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운영 기조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하면서 그 실현을 위해 법ㆍ제도 및 관행의 개선, 의식 변화, 일상 속 실천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방법론을 강조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우리나라가 그동안 공정한 사회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의미이다.
공정한 사회 실현은 여러 계층에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각 계층 각 영역마다 느끼는 불공정함이라는 것이 상당히 다양한 양상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과학기술인으로서 여성이 느끼는 `성차별적 불공정'이 시급히 개선돼야만 한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성차별적 관행과 문화에 대해서는 여러 조치와 개선이 있었으며, 일부 이러한 것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해 이제 혹자는 한국이 양성평등이 아닌 여성상위시대가 되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 우리나라가 여성에게 공정한 사회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여성의 경제활동비율은 예전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지만, 유리천장과 출산, 가사, 육아의 부담, 그리고 그로 인한 및 경력단절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성평등 최우수국은 대부분 부국이라는 사실은 여성들의 의사결정이 제도권 내에 정착하는 성평등 문화가 바로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임을 증명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경제 순위는 15위 이내인 반면, 성평등 순위는 유사 직업에 대한 임금평등 수준이 134개국 중 109위, 경제 참여ㆍ기회 부문에서 113위로 창피할 정도이다. 경제와 국가경쟁력, 그리고 성평등 문화가 어느 정도 정비례 관계를 형성한다고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이러한 현상은 매우 기이하기까지 하다.
여성과 남성에게 모두 공정한 사회란 양자에게 같은 기회와 권리, 그리고 책임을 부여하는 사회일 것이다. 즉, 여성에게도 살림과 양육 외에 자기 개발과 사회참여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여전히 집안일과 양육이 여성의 몫이란 생각이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그 맥락 선상에 딸과 며느리의 성공을 위해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가 양육을 담당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이는 공정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이는 불공정의 해소가 아니라 또다른 불공정의 야기라 할 수 있다.
여성의 출산과 육아가 활발한 30대를 기점으로 `워킹맘'들은 업무와 가정 사이에서 애로사항을 겪는다. 거꾸로 된 U자 형태로 이어지는 남성과 달리 통계청의 2002~2007년 경제활동인구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여성의 연령대별 경제활동 참여율 그래프는 30~39세에 급격히 낮아지는 M자형을 이룬다. 일반적으로 20대에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30대 초반기에 잠시 휴지기를 가지며 이후 40대에 들어서 경제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사이클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출산, 육아의 부담을 주로 여성이 짊어지는 사회 풍토에 기인한다.
이처럼 한국 전체 여성들이 성차별적 관행과 사회적 분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과학기술인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크다. 이공계 분야의 여성들에 한정하여 경제활동 참가율 그래프를 만들어보면, 전체 여성의 경우와는 달리 30대를 기점으로 떨어진 수치가 40대에 들어서서도 회복되지 못하는 L자형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기술 분야의 특성상 출산이나 육아로 인한 공백기 후의 재진입이 타 분야에 비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과학기술인들은 30대 초반에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면 이후 재진입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설사 재진입에 성공하더라도 부단한 노력 없이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려우며, 어렵게 경력을 지속하더라도 이후 부딪치게 되는 소위 `유리천장' 문제는 여성과학기술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또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미리 고려하는 고용주 측에 의해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취업기회가 제한되는 일도 허다하다. 이렇듯 여성의 사회진출과 경력의 지속이 용이하지 않은 사회 풍조는 자신들의 역량을 펼치며 경쟁력을 쌓아가기를 원하는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감성과 창의성이 경쟁력을 높이는 이 시대에 여성과학기술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이 참여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제 공정한 사회 실현을 위해 법과 제도 및 관행의 개선, 의식 변화, 일상 속 실천 등이 병행되기를 여성과학기술인들은 절실하게 원한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보편화된 성평등 의식을 가지고 사회 일, 가정 일, 양육 등 일상에서 성평등이 실천되기를 기대한다. 그럼으로써 남성도 가장이나 아버지로서 더욱 존중받게 될 것이고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공정한 사회 속에서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때를 기대해 본다.
최영선 대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디지털타임스 1.25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1012602012251650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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