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진의 세계여성정치]<7> 남미여성정치 파워의 원조, 아르헨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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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02.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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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주진 기자] 남미의 작은 유럽, 탱고의 나라, 세계적인 축구스타 마라도나와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남미 여성정치 파워의 원조라 할 만큼 민주주의의 유서가 깊다.
◇ 세계최초 여성대통령에서 세계 최초 선출직 부부 대통령까지
1974년 세계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된 이사벨 페론을 비롯해 ‘성녀’로 추앙받는 에바 페론, 재선이 유력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츠네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아르헨티나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여성 정치인이 많다.
특히 에바 페론은 아르헨티나 평등주의와 여성정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페론 정부 시절 노동자와 여성, 빈민들을 위한 입법과 복지 확대에 힘써 국민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 여성 정당을 만들고, 1947년 남미에서는 최초로 여성의 참정권을 허용해 오늘날 아르헨티나 여성정치를 있게 한 선구자로 칭송받고 있다.
세계 최초의 ‘선출직 부부 대통령’ 신화의 주인공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파타고니아의 표범’이라는 다소 거친 별명을 갖고 있다.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후광을 뛰어넘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남편의 성이 아닌 결혼 전 자신의 성을 내세우고 있기도 하다.
1953년 12월 19일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라플라타에서 태어난 그는 2007년 10월 남편의 후임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승리를 위한 전선 후보로 출마했고, 44.92%의 득표율로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2003년 이후 연평균 9%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해온 아르헨티나 경제의 연속성을 강조하면서 ‘성장을 위한 변화’를 내세워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변호사, 상원의원, 퍼스트레이디, 대통령 도전이라는 그의 정치 역정은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방장관과도 닮아 ‘남미의 힐러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또 화려한 외모와 대중을 선동하는 연설능력이 에바 페론을 연상시킨다는 평도 있다.
2008년 경제 전문지 포보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100인’ 가운데 13위에 올랐고 2009년엔 두 계단 상승해 11위를 기록했다. 2010년에는 타임이 선정한 세계 10대 여성 지도자 목록에 세번째로 올랐다. 그는 지난 해 10월 말 임기 중 남편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사망해 미망인이 됐다.
◇ 1991년 ‘30% 여성할당제’ 법 제정
1970년대 군부독재의 암흑기를 거친 아르헨티나는 1991년 여성 의원의 비율을 최소 30%로 규정한 ‘성 쿼터제’ 법률을 제정했다. 현재 주요 정당들은 모두 여성 후보 30%를 공천하고, 유권자의 관심이 높은 지역이나 당선 가능한 지역에 여성을 우선 공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성 쿼터제 시행 후 여성정치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쿼터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상원과 하원 모두 여성 의원 비율이 4%대에 불과했지만, 1993년엔 하원의 여성 의원 수가 전체 257명 중 36명으로 14%로 급증했다. 4년 후인 1997년엔 71명, 27.6%로 늘어났으며, 2001년부터는 30%대를 넘어섰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2005년 10월 현재 아르헨티나 여성 의원 수는 하원 257명 중 90명(35%), 상원 72명 중 31명(43.1%)으로 세계 9위를 기록했다.
정부, 공공기관, 공기업, 지방자치기구 등에서도 여성 공무원 비율이 30%를 웃돌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의 여성 판사 비율은 20%, 주 차원에서는 33%를 차지한다. 각급 국가 공공기관에 여성 고용을 확대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로 ‘여성지표’를 작성하도록 하여 결원이 생길 경우 여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채용하기 때문이다. 1992년 설립된 국가여성위원회는 옴부즈만 제도를 통해 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
◇ 민주투사 출신 첫 여성국방장관 닐다 갸레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여성할당제가 적용된 의회에서만 여성의 대표성이 크게 향상됐을 뿐, 여성할당제가 적용되지 않는 행정부와 사법부에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키르츠네르 대통령은 재임 시절 라라시온 은행장이던 펠리사 미셀리를 경제장관에, 닐다 갸레 베네수엘라 대사를 국방장관에 임명했다.
변호사 출신인 닐다 갸레 국방장관은 1970년대 군부독재 시절 좌파 무장단체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고, 인권을 위해 투쟁해온 ‘전사’로 꼽힌다. 그는 취임 당시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만행을 은폐해서는 안 된다”며 과거사 청산에 비협조적인 전직 군 간부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2008년 자료에 따르면 장관직과 차관직을 포함한 정부 상위 행정부 관료 170명 가운데 여성은 단지 17%인 29명에 불과하며, 지방정부 48명의 주지사와 부주지사 가운데 여성은 16.6%인 8명에 불과하다.
지난 2007년 중도 좌파 정치인 파비아나 리오스가 티에라델푸에고 주에 입후보하여 당선돼 아르헨티나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가 되었다.
2009년 2월 현재 내각 13명 가운데 국방부의 닐다 갸레와 사회개발부의 알리시아 키르츠네르, 생산부의 데보라 히오르히, 보건부의 그라시엘라 오까냐 만이 여성일 뿐이다. 사법부의 상황도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7명의 대법원 대법관 중에서 2명만이 여성이다.
닐다 갸레 장관을 비롯하여 수많은 여성들이 군부독재에 맞서 투쟁했다. 군부독재의 ‘더러운 전쟁’으로 희생당한 유가족 모임인 ‘5월 광장 어머니회’는 희생자 구명 운동과 학살자 처벌을 위해 온몸을 내던졌고, 이들의 투쟁은 1983년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주진 기자 jj@asiatoday.co.kr >
아시아투데이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449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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