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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큰 걸음 뗀 한국 여성정치
2008. 06. 27 ki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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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큰 걸음 뗀 한국 여성정치

◈ 18대 총선에서 한국의 여성 정치는 조용하지만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지역구에서 14명이 당선했고 비례 대표 27명을 보태면 41명이 된다. 299석인 전체 의석의 13.7%다. 지난 17대 때 39명, 13.4%에서 반 발짝 더 나갔다. 1948년 제헌국회 이래 가장 많은 여성 의원 수를 기록했다.

의석 수 겨우 2명 는 것 갖고 호들갑인가? 그렇지 않다. 내용 변화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 17대에 비해 지역구에서 당선된 여성이 4명 더 늘었다. 비율로는 40% 증가다. 총선 결과가 확정된 10일 아침,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낙선한 여성 후보가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왔다. 아깝지만, 후회 없이 싸웠다고, 어젯밤엔 울었지만 봄빛 가득한 아침을 맞아 감사 전화를 하고 있노라고 했다. 4년 후를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낙선한 여성들도 전진의 대열에 동참했기는 마찬가지다.

또 하나 큰 진전은 다선 의원의 출현이다. 박근혜, 김영선(한나라당) 이미경(통합민주당) 의원이 4선을 기록하게 됐고 전재희(한나라당), 조배숙(통합민주당) 의원과 추미애(통합민주당) 전 의원 등 3선도 셋이나 배출했다. 박 의원만 빼고 모두 비례 대표로 의회 경력을 시작했다. 여성 비례 대표 의원을 '1회용'으로 소모하던 것에 비하면 적지 않은 발전이다. 미국의 첫 여성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 의원이 5선이고, 우리 국회도 5선이면 의장을 맡아 왔다. 한국에서도 여성 의회 지도자를 기대할 수준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양적인 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이제부터가 숙제다. 이번 총선의 공천과 선거 과정을 통해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와 주류화는 여전히 큰 과제로 드러났다. 299석 중 41석, 13.7%는 OECD 국가의 여성 의원 평균 24.2%에 한참 뒤떨어진다. 선진국이 되겠다는 한국의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의회, 정부 부문의 낙후다. 세계 115개 나라를 대상으로 한 세계경제포럼(WEF) '성(性) 격차 보고서'는 글로벌 투자와 경제 발전에 중요한 참고 대상이 되는 국제 지표다.

지난해 한국은 성 격차 수준에서 세계 92위로, 거의 꼴찌에 가까운 지위를 기록했다. 여성 교육과 건강한 기대 여명(남은 수명) 부문에서는 세계 1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한국 사회의 성 격차가 극심한 불균형 수준으로 평가된 것은 정치 부문의 후진성 때문이었다. 2007년 보고서에서 한국은 의회 진출 부문에서 63위, 장관 임용 부문에서 99위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첫 내각에 여성 장관이 단 1명이니 올해 성적은 더 나쁠까 우려된다.

정치와 정부 부문의 낙후성을 극복할 책임은 여성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다. 지난해 행정고시 여성 합격률이 49%를 기록하고 사법고시도 여성 합격자가 35%를 넘었다. 시험으로 선발하는 부문에서는 이처럼 여성이 주류에 들어섰지만 정치 부문은 10% 초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성 정치 지도자들은 자신이 겪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살려, 여성의 정치 참여와 지도력 확대를 가로막는 제도와 실천의 맹점을 찾아봐야 한다.

한 예로, 이번에 시행된 '여성 전략 공천'이란 것이 무슨 의미인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여자의 상대는 여자"라는 고정 관념을 강화시키는 데 한몫 한 것은 아닌가. 질적인 면에서도 여성의 정치적 민감성이 필요한 부문이 많다. 사실상 인신매매나 다름없는 동남아 여성의 결혼 이주, 10년 후면 우리 사회 주류가 될 다문화 가족, 출산과 보육 문제는 여성 인권 문제라는 시각에서 주목해야 한다.

☞ 박선이 여성전문기자  sunnyp@chosun.com
☞ 조선일보 2008.04.11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11/20080411012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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