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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6·4선거에서 여성 지방의원이 40%는 배출돼야 진...
2014. 03. 05
누가 뭐라 해도 지금은 `여성 시대`다. 한때 여성들에게 철벽 같았던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유리천장`들이 깨지기 시작한 지도 꽤 된다. 첫 여성 대통령의 등장은 여성 시대의 완결판에 성큼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6월4일 있을 지방선거도 여성계 입장에선 `호재`다. 생활 영역을 주로 다루는 지방 정부와 지방 의회를 향한 여성계 움직임은 그래서 분주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단체 협의체로 회원 수만 500만 명인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여협)는 그 중심에 있다.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은 여협은 지방선거를 여성 정치참여 확대의 분수령으로 여긴다. 30% 수준인 여성 지방의원 비율이 더욱 늘어나야만 지방 정부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여성 시대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여성계의 대모`로 불리는 김정숙(68) 여협 회장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6년째 여협을 이끌면서 여성 권익 향상과 지도자 육성, 자질 향상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 지방의원이 40%는 배출돼야 생활정치로서의 지방자치가 구축될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에 여성계의 역량을 총 결집하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곳에 있다.`양성평등실현`이다. 사회 모든 영역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들이 절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려면 여성 인재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하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은 게 딜레마다.

여성계로선 떠올리기 싫은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엔 사회적 파장이 너무 컸던 사안부터 꺼냈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경질 건이다.

-이런 식으로 끝날 줄 알았나요.

"어렵게 여성 장관이 배출됐는데 실패로 막을 내렸어요. 좌절감을 느낍니다."

-잘못된 인사 때문인가요, 아니면 윤 전 장관 개인 역량의 문제인가요.

"둘 다이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후자 쪽이 더 크다고 봐요. 윤 전 장관이 국무위원이 안 됐다면 학자로 남을 사람인데, 자리를 잘못 찾아갔어요. 평소 외부와 소통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요."

여성가족부는 최근 `유리천장`을 깬 여성 인재 1호 12명을 선정해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의 경험을 함께 나누고 정책 제안을 듣기 위해서였는데, 쓴소리가 쏟아졌다. 최초의 여성 검사장인 조희진 서울고검 차장검사는 "준비 안 된 여성을 구색 맞추기 용으로 고위직에 발탁하는 건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윤 전 장관을 겨냥한 걸로 해석될 만한 발언이다.

-여성 장관에게 특별한 자질이 요구되는 건 아니라고 보는데요.

"여성 장관이라고 별에서 왔겠어요? 남성들과 같지요.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추는 게 으뜸이지요. 소통도 물론 중요하고요."

일각에선 쓸 만한 여성 인재 부족과 윤 전 장관 경질을 연관시키는 시각도 있다. `여걸`로 통하는 김 회장도 이를 인정했다.

"여성 인재 풀이 약한 건 맞아요. 그렇지만 이건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해요. 우리가 여성 인재를 육성하고 숨은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긴 하나요."

사실 수많은 직종 중에서도 공직은 여성에 특히 배타적이었다. 1991년까지 정부 부처의 여성 공무원 비율이 10%도 안 됐다. 여성 장ㆍ차관이 나올 토양이 아니었는데, 2000년대 이후부터 급변했다. 고시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문제는 이들이 고위직에 오르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김 회장은 여성 고위공무원이 많아야 여성 문제 해결이 앞당겨진다고 믿고 있다. 여성 인재 육성이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했다.

-누가 여성 인재 육성에 총대를 메야 할까요.

"대통령과 정치권의 의지가 매우 중요해요. 양성평등국가 실현은 대통령 공약입니다. 임기 안에 기초 토대를 닦아야죠."

-기초토대란 대체 뭔가요.

"여성 대통령 정부가 열린 뒤 공직에 `여성 1호`가 속속 등장했잖아요. 코레일 첫 여성 사장, 첫 여성 검사장, 첫 여성 경찰 치안정감 등등. 통치 기간 중에 여성을 주요 직위에 과감히 기용해야 한다는 거죠."

-박근혜정부 들어 여성 지위 향상을 체감하나요.

"정서상으론 많이 체감해요. 외국 인사들을 만나면 부럽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근데 수치상으로도 좋아졌으면 해요."

말이 나온 김에 취임 1년이 지난 박근혜 대통령을 여성계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했다. `53.8%대 43.8%`. 지난 대선 때 여성 유권자들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보다 박 대통령에게 10% 포인트 많은 표를 던졌다. 40대 여성 표는 박 대통령이 12% 포인트나 높았다. 김 회장은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를 비롯한 전업주부들이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이 여성들에게 빚을 진 건가요.

"그런 셈이지요. 지난 1년은 외교 분야에서 나무랄 데가 없지만 경제와 국내 정치는 갈등이 제대로 해결 안 된 측면이 많아요. 여성 정책들도 아주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그럭저럭 선방했다고 봐요."

여협은 방대한 회원 규모 때문에 선거 때마다 정치권의 표적이었다. 특정 정파에 치우침을 경계하는 이유도 이런 까닭에서다. 김 회장은 "여협이 정파에 휩쓸리는 순간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여협의 최대 지향점은 `정치적 중립`이다.

여협이 6월 지방선거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은 특정 정파를 지지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여성 지방의원을 많이 배출하는 데 본격 뛰어들 거라는 선언이다.

-지방선거에 여성의원은 얼마나 나올까요.

"40%가 목표에요. 잘 될진 모르겠으나 30%는 무조건 넘지 않겠어요?"

-어떻게 그런 계산이 가능한가요.

"민주당은 여성 30% 공천을 당헌 당규에 아예 못 박았어요. 새누리당도 따라갈 겁니다. 선진국들은 지방의회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대부분 40%를 넘고 있어요."

그는 지방선거에 도전장을 내밀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행사를 7일 연다. 여성 지방의원 후보자 출정식 같은 것이다.

-여성 지방의원들의 활동상을 일반 국민은 잘 모릅니다.

"교육, 복지, 교통처럼 우리 생활과 밀접한 내용들을 다루는 지방정치와 여성은 궁합이 딱 맞아요. 여성은 성실, 성심, 꼼꼼함이 주무기에요. 남성 의원들보다 훨씬 생산적이지요. 지방 살림살이가 투명해지고 정직해지고 성실해질 수밖에 없죠. 예산이 다른 곳으로 줄줄 새는 걸 막을 수 있는 것도 여성 지방의원들의 노력 때문입니다."

-지방의회를 이끌 만한 여성들이 충분한 편인가요.

"자질이나 역량 면에서 모든 입후보 예상 여성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상당수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봐요. 관건은 선거전에서 여성이 불리하다는 거죠. 우리 선거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잖아요. 상대 후보를 헐뜯고 사생결단식이죠. 여성들은 적응이 어려워요. 그래서 선거제도를 바꿀 때가 됐다는 겁니다."

-어떤 식으로요?

"소선거구제론 안 돼요. 이건 여성 의원 진출을 막는 제도에요. 막장 같은 후보들 싸움을 보는 건 국민들도 지겨워해요. 대선거구제로 바꿔나가는 게 맞습니다. (대선거구제도를 시행하면서)여성 의무 할당 비율을 정해놓으면 소선거구제 폐단을 줄일 수 있어요. 스웨덴의 대선거구제도를 참고할 만 해요."

-현실적으로 무리 아닐까요.

"당장 어렵다면 선거공영제를 늘려야죠. 정부가 선거를 관리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한다면 여성이나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이 뛰어들 거라고 봐요. 이렇게 하려면 선거법을 바꿔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죠."

선거공영제가 장점이 많은 제도라는 것은 위정자들은 다 안다. 선거 비용을 투명하게 지출함으로써 금권 선거를 막고 건전하고 공정한 선거풍토 조성에도 한 몫 한다. 반면 한계 역시 뚜렷하다. 특히 지방선거의 경우 선거공영제에 들어가는 재원은 해당 자치단체에서 충당해야 한다. 적자에 허덕이는 지자체로선 치명적이다.

-제도 탓만 할 수 있을까요. 여성 정치인 양성 시스템도 미비하지 않나요.

"정당이 여성 정치인을 체계적으로 키우지 못하고 있어요. 각 정당엔 `정치스쿨` 같은 게 있긴 하지만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않습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선거운동에만 동원하고 있어요. 이런 구조에서는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일할 여성 정치인들이 배출될 수 없어요. 오죽하면 여협이 여성 정치 지망생 200명을 교육시키고 있겠어요."

창립 반세기를 훌쩍 넘긴 여협은 지방선거 후 중요한 국제행사를 치러야 한다.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ㆍ태평양 여성단체 총회다. 800여 명의 세계 여성지도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다. 여성 인권과 여성 역량 강화 방안 등을 주된 의제로 다룬다. 결의안 채택 후 서울 선언도 예정돼 있다.

김 회장은 성숙한 여성 운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념적으로 갈라진 사회일수록 여성 운동은 탈이념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여성 운동이 이념적으로 흘러선 곤란해요. 여성 운동의 최종 목표는 여성의 인권을 지켜내고,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는 데 모아져야 합니다."

2014.03.05
한국일보
김진각 기자
홈페이지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403/h2014030503315921950.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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