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1일 프랑스 일간지에 실린 새 각료들 사진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그해 대선에서 승리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장관 34명 중 절반인 17명을 여성으로 기용하고 화기애애하게 포즈를 취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1944년에야 여성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인정됐을 정도로 정치 영역에서 남녀평등이 늦었는데 70년 만에 `남녀 동수 내각`이 탄생한 것은 엄청난 변화였다. 그런데도 언론은 그냥 넘어가지 않고 외교부, 재정경제부 등 핵심 직책은 남성에게 맡겨졌다고 비판했다.
남녀 동수 내각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6년 칠레에서였다. 여성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미첼 바첼레트는 남성 위주 사회인 칠레에서 남성 10명, 여성 10명의 동수 내각을 구성해 주목을 받았다. 스페인에서는 2008년 사상 처음으로 `여초 내각`이 출현하기도 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17명의 각료 중 9명을 여성으로 등용했는데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차기 총리는 이를 두고 "지나친 핑크 내각"이라고 꼬집었다.
지난4일 취임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남녀 동수 내각` 추세에 동참했다. 캐나다에서 남녀 동수 내각이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3세 젊은 총리답게 남녀 15명씩 동수로 내각을 구성했을 뿐 아니라 원주민, 난민, 우주비행사, 인도 출신 참전 군인 등을 기용해 다양성에 방점을 찍었다. 내각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원주민 출신으로 법무장관에 임명된 조디 윌슨 레이볼드다. 원주민을 처음으로 법무장관직에 앉힌 것은 실종되거나 살해된 원주민 여성 1천여명에 대한 진상 조사를 약속한 자유당의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여성 각료를 대거 기용한 이유를 묻자 그는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Because it`s 2015)"라고 대답했다. 같은 2015년을 살고 있거늘 우리나라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만이 유일한 여성인 `홍일점 내각`이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았지만 아직도 정치는 `남성들만의 리그`다. 여성 국회의원도 전체 300명 중 49명으로 16.3%에 불과해 190개 국가 중 111위에 머물고 있다. 남성 중심의 내각이 변하지 않고는 `남녀평등지수`가 142개국 중 117위라는 초라한 현실은 바뀔 수 없다.
프랑스에서 정치적 남녀평등이 실현된 것은 2000년 의원선거와 선출직에 남녀를 평등하게 추천하도록 하는 `남녀동수법`이 제정된 영향이 컸다. 우리도 여성할당제를 넘어 남녀동수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과제로 `미래 여성인재 10만명 양성`을 제시해 기대를 품게했으나 끝내 `남성일변도 내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쯤 박 대통령도 여성들이 북적이는 내각을 구성하고 그 이유에 대해 "지금은 2016년이니까요"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주간한국] 2015 통계로 보는 한국 여성의 삶](/bbs/images/next.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