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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수준 높은 한국여성 좌절감도 최고
2009. 10. 23
교육수준 높은 한국여성 좌절감도 최고  

세계 여성리더 4人 한국여성을 말하다
잘꾸민 한강서 여유 즐기는건 남성뿐…지하철 모유실등 배려시설은 인상적
우먼 프렌들리 도시가 경쟁력 뛰어나

메트로폴리스 여성네트워크 포럼은 전 세계 105개국 회원 도시와 12개 지역사무소로 구성돼 있는 `메트로폴리스` 산하 여성기구로, 200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창설돼 여성 정치인, CEO, NGO, 학자 등 전 세계 다양한 여성 리더들이 참여하며 여성 친화도시 실현을 위한 경험 공유와 다양한 발전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2007년 1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1회 여성네트워크 포럼을 열었고 지난 21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2회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강은 매우 인상적이지만 왜 남자들만 그곳에서 여가를 즐기는가, 여자들은 도대체 어딨나." "한국에는 똑똑한 젊은 여성이 많은데 그들은 왜 하나같이 결혼과 출산을 두려워하는가."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 일정으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2회 메트로폴리스 여성네트워크 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세계 여성 리더 4명은 행사 첫날인 21일 매일경제신문 기자와 만나자마자 한국과 여성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캐럴린 해넌 유엔여성지위향상국장, 프란신 세네칼 여성네트워크포럼 의장(캐나다 몬트리올시 집행위원회 부의장), 브리짓 그로웰스 벨기에 브뤼셀시 교통부 장관(1회 포럼 조직위원장), 미에케 베를로 네덜란드 라드보드대 교수가 그들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박현경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의 주도로 이들은 이날 늦은 밤까지 여성 역할과 국가적 위상에 비해 여성 지위가 낮은 한국에서 여성 권리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을 놓고 진솔한 의견을 교환했다.

-한국과 한국 여성, 어떤 인상을 받았나.

▶해넌 국장=수많은 젊은 여성이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갖춰 매우 놀랐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깊은 좌절감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똑똑한 여성은 예외 없이 `결혼을 하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어떻게 키울까`를 걱정했다. 일본에 갈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베를로 교수=만찬장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잘 꾸며진 한강을 봤다.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신기한 것은 이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남성만 여가를 즐기고 여성은 이런 시간조차 마음대로 누릴 수 없구나 여겼다.

▶그로웰스 장관=좋은 점도 있다. 서울 지하철을 가봤는데 여성을 배려한 시설이 많았다. 화장실은 물론 비상 시 위험을 알리는 비상벨, 모유실 등 아이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눈에 띄었다. 브뤼셀시에서는 지하철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오후 6시 이전에는 절반의 여성만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6시 이후에는 모두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

-주제가 `역동적 도시는 여성을 필요로 한다`다.

▶베를로 교수=도시는 아주 빨리 변하고 성장하지만 그에 비해 역사와 문화의 변화 속도는 매우 느리다. 아직까지도 여성과 남성 역할을 구분해 생각하고 여성이 정치와 사회 생활을 하는 데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도시를 이루는 반 이상의 인구가 갖가지 제약으로 인해 사회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면 이것은 도시 전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역동적인 도시는, 즉 빠른 성장을 필요로 하는 도시는 여성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우먼 프렌들리 도시가 곧 역동적 도시인 것이다. 여성의 참여가 활발한 도시는 그러지 않은 도시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

▶해넌 국장=그렇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사회 진출이 여전히 미흡하다. 여성이 주로 활동하는 분야는 자원봉사 등에 국한된다. 금융위기 이후 양성 평등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여성 정책이 앞선 사례는.

▶세네칼 의장=캐나다 몬트리올시에서는 다수의 여성 프렌들리 정책을 펴고 있다. 그중 저녁 특정 시간 이후 여성이 버스를 타게 되면 택시처럼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는 제도는 다른 국가에도 소개할 만하다. 물론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해 추가 요금은 받지 않는다.

▶그로웰스 장관=벨기에는 국회의원의 절반이 여성이어야 하고 고위 공무원도 50% 여성할당제를 실시한다.

-민간은 양성 평등을 강제하기 쉽지 않은데.

▶해넌 국장=성 평등 분야에서 가장 발전한 스웨덴도 법으로 강제할 수 없는 민간 부분은 여성 진출이 매우 미흡하다. 남성의 네트워크가 워낙 견고해 여성이 뚫고 들어갈 수가 없어서다. 인근 노르웨이에서도 기업이 여성 채용을 꺼려 민간에서도 아예 여성할당제를 실시한다.

-한국에선 가사 분담이 힘들다는 남자가 많다.

▶해넌 국장=스웨덴 등 유럽에서는 국회, 공직사회 등에 여성 진출이 활발하다.

그들은 법과 제도를 친여성적으로 바꾸고 심지어 문화도 달라지게 만든다. 네덜란드에서는 파트타임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법관 등 전문직도 출퇴근 시간과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한국 남성이 일을 이유로 대지만 가족 지향의 여성이 사회 각 분야에 많이 진출하게 되면 퇴근 시간도 일러질 수밖에 없다. 여성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말고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배한철 기자]
매일경제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548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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