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외부칼럼> 직장보육시설이냐, 보육수당이냐?
2011. 02. 21 KIWP
자유칼럼 읽어보세요...............................................

행정자치부 시절, 1999년. 정부기관별 직장보육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특별히 상징성이 큰 세종로, 과천, 대전 세 곳의 정부청사의 실태는 별도로 조사했다.

영유아보육법령에는 상시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 보육수당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었다. 당시 과천청사와 대전청사에는 직장 어린이집이 설치·운영되고 있었으나 국무총리실, 통일부, 외교통상부, 교육부 등 주요 부처가 입주한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는 직장보육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여성정책담당관실은 이에 대한 고민이 컸다.

우선 정부청사관리소에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할 공간을 확보해 달라고 했다. 이와 동시에 중앙청사 입주 기관 소속 공무원들 중에서 보육 대상 자녀를 둔 여성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직장보육시설 수요 파악을 했더니 대체로 이용할 용의는 있으나 의외의 응답도 나왔다. 집에서 직장이 너무 멀어 이용하기가 어렵다, 아이가 너무 어려 나들이하기가 힘들다, 출퇴근길에 자녀와 함께 이용하는 교통편을 제공해 주면 좋겠다, 저녁 늦게까지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 등. 그러는 사이 청사 관리소에서 공간 확보가 불가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에는 세종로청사 입주부처 남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조사를 했더니 직장 보육시설의 필요성은 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보육수당 지급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직장보육시설 설치가 여의치 않아 보육수당 지급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2000년도 예산안 편성에 긴급히 반영하기 위해 1999년 4월 보육수당 관련 관계 부처 예산담당자 회의를 소집했다. 모두들 기꺼이 예산 편성에 협조해 주었다. 이렇게 취합한 예산을 행자부 예산안에 반영해 기획예산처에 올렸으나 결과는 예산 불인정. 기획예산처 담당자는 정부가 앞장서 보육수당을 지급한다면 외환위기로 어려운 기업에 파급되어 더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서둘러 청사 주변에 직장보육시설을 설치할 만한 공간을 구입할 수 있는지 찾아보았다. 매물로 나온 건물과 단독주택들을 돌아보다가 마침 청사 바로 뒤 교회에서 어린이집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청사 직원들의 자녀도 받아줄 수 있는지 협의했더니 다행히 받아들여졌다. 마침내 2005년 인근 청사 별관에 어린이집이 문을 열었고 2008년, 2009년 연달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 영아 전담 어린이집과 제2 어린이집이 설치됐다. 10년도 안 돼 정부청사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황인자 / 영산대 행정학과 겸임교수 2.18

홈페이지  http://www.womennews.co.kr/news/48513
<외부칼럼> “여성·환경·에너지·차별해소가 정책의 기본” 겉 살림 vs. 속 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