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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의원 칼럼<改憲, 그리고 상식>(아시아경제신문 칼럼)
2007. 01. 31 보르지아
본 글은 2007년 1월 11일 이혜훈 의원이 아시아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改憲, 그리고 상식>

노무현 대통령발 개헌파동으로 정초부터 정국이 어수선하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개헌카드를 꺼내드리라고 본 사람은 드물었다.

대통령의 충격선언 이후 개헌을 둘러싼 각양각색의 분석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번처럼 복잡한 사안의 분석에는 역설적으로 가장 유용한 잣대가 바로 ‘상식’(常識)이다.

우선 개헌이 가능한지를 ‘상식적’으로 따져 보자.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한 개헌은 불가능하다. 원 포인트 개헌이라 별것 아니라는 듯이 얘기하지만, 일단 개헌의 물꼬를 트는 즉시 영토조항, 통일 연방제, 토지공개념,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 등으로 쟁점이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패를 나누고 편을 갈라 1년 내내 싸우게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노무현시대의 상식’이 되어버렸다. ‘4년 연임제 개헌은 찬성이지만 지금은 개헌을 논할 때가 아니다’는 여론이 대세인 것도 바로 이러한 상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모를 리 없는 대통령이 개헌카드를 꺼내든 속내는 무엇일까. 여론조사 결과는 ‘임기말 정국 주도권 확보용’으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다수임을 말해준다.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개헌의 필요성을 진정으로 절감했다면 레임덕이 시작된지도 한참이 지난 지금이 아니라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정권 초기에 꺼냈어야 옳다. 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폭탄발언으로 연일 국민을 협박하면서도 유독 개헌에 대해서만은 공식 언급이 없었던 대통령이다. 심지어 여당마저 ‘경제와 안보에만 전념하고 정치는 손 떼라’고 주문하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개헌카드를 꺼내들었으니, 그 진정성을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나라당이 반대하면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삼척동자도 아는 상황에서 되지도 않을 카드를 꺼내들었다면 ‘생쇼’이거나, 아니면 개헌과 대통령직 퇴진여부를 함께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식의 ‘벼랑끝 전술’일 것이다. 개헌에 반대하면 대통령 그만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식의 협박정치의 정수 말이다. 탄핵으로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기억이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으로 되살아난 것이라면 제2의 탄핵국면을 유도하는 개헌장사는 위험천만일 뿐임을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의 폭탄선언으로 불거진 개헌 정국을 ‘국민의 상식’으로 지혜롭게 넘길 수 있기를 바란다면 아직도 ‘노무현 시대의 상식’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탓일까.
"성장률 7%의 진실공방" 이혜훈 의원 칼럼 한국여성정치문화연구소와 함께 활동을 하고싶습니다.